Mahler의 분리-개인화 이론

 

1. 이론의 배경과 개요

Margaret S. Mahler는 정신분석학자로서 유아의 자아 형성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인관계의 발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녀는 특히 영아와 양육자(특히 어머니) 간의 초기 상호작용을 통한 자아의 분화와 개별화 과정에 주목했다. Mahler의 이론은 자폐적 상태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분리되어 하나의 자율적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리-개인화 과정(Separation-Individuation Process)’이라고 명명했다​.

 

2. 연구 배경과 방법론

Mahler는 뉴욕의 치료적 탁아소 환경에서 38쌍의 모-영아 쌍을 2개월부터 3세까지 수년에 걸쳐 관찰했다. 이 관찰은 놀이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등 비개입적인 방식으로 아기 근처에 있도록 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엄마를 안전기지로 삼아 탐색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 연구는 관찰 필름, 가족 인터뷰, 가정방문을 포함하며, 통계보다는 현장기록과 연구자 간 토론을 통한 분석으로 진행되었다.

 

3. Mahler 이론의 핵심 구조

Mahler의 이론은 다음의 주요 발달 단계들로 구성된다:

1. 정상적 자폐 단계 (0~2개월)
2. 정상적 공생 단계 (2~5개월)
3. 분리-개인화 단계 (5~36개월)
   • 분화 하위단계 (5~9개월)
   • 실행 하위단계 (9~16개월)
   • 재접근 하위단계 (15~24개월)
   • 대상항상성 확립 하위단계 (24~36개월)
     

4. 정상적 자폐 단계

출생 직후 아기는 외부 세계와 거의 교류하지 않고, 내적 자극과 신체 리듬에 몰입된 상태로 존재한다. Mahler는 이 단계를 ‘정상적 자폐’라고 불렀으며, 이는 병리적인 의미의 자폐와는 다르다. 이 시기의 아기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적고, 양육자와의 상호작용보다 생리적 안정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되며, 곧 공생적 단계로 넘어간다.

 

5. 정상적 공생 단계

생후 약 2개월부터 아기는 점차 외부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특히 어머니와 자신을 하나의 ‘이중체’로 경험하며, 외부 자극에 대한 관심이 어머니와 연결된 감각 자극에 집중된다. 아기는 어머니를 ‘편안함을 제공하는 존재’로 점차 인식하게 되고, 이 시기에 형성되는 공생감은 Erikson이 말한 ‘기본적 신뢰’와 유사하다. 어머니는 아기의 정서적 ‘안전닻’으로 기능한다​.

 

6. 분리-개인화 단계 개요

생후 5개월경부터 아기는 어머니로부터 심리적·신체적으로 점차 분리되어 독립된 자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Mahler는 '분리-개인화’라 불렀고, 이는 다시 4개의 하위 단계로 구분된다.

 

7. 분화 하위단계 (5~9개월)

이 단계에서 아기는 엄마를 자신과 분리된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체크백(checking back)’ 행동을 통해 엄마의 얼굴을 보고 다시 환경을 살핀다. 이는 외부 세계와 엄마를 비교하고 구분하려는 초기 시도이다. 아기는 외부 환경을 탐색하는 동시에 낯선 자극에 대해 경계하며, 엄마와 타인을 구별하는 인지적 구분 능력이 증가한다​.

 

8. 실행 하위단계 (9~16개월)

아기가 네 발로 기거나 걷기 시작하면, 물리적으로도 어머니와의 거리를 넓히게 된다. 이 시기의 아기는 ‘이 세상과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외부 탐색에 열정적이며, 엄마를 안전기지로 삼아 멀어졌다가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한다. 아기는 감각적 기쁨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존재 유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정서적 안전을 유지한다​.

 

9. 재접근 하위단계 (15~24개월)

이 시기 아기는 외부 세계의 즐거움과 동시에 자신의 무력함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아기는 엄마에게 다시 정서적으로 접근하려는 욕구를 강하게 드러낸다. 재접근 단계에서는 모순된 행동—한편으로 독립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매달리려는 행동—이 공존한다. 이 시기의 갈등은 아이의 자기 감정 조절과 자아의 통합 능력에 영향을 준다​.

 

10. 대상항상성 확립 단계 (24~36개월)

아기는 이제 엄마의 심상을 내면화함으로써,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서적 대상항상성(emotional object constancy)’이다. 이는 아동이 타인을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으로 동시에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게 되는 능력이다. 가상 놀이와 상징 놀이를 통해 아동은 내면의 심상을 더욱 공고히 하며,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인 자아로 성장한다​.

 

11. Mahler 이론의 임상적 의미

Mahler의 이론은 특히 정서장애 아동의 치료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공생적 정신병 아동의 경우, Mahler는 단순히 독립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아동이 신뢰할 수 있는 애착을 먼저 형성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분리와 독립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기존 정신분석학이 간과하던 양육자의 ‘정서적 가용성’과 상호작용의 질을 강조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12. 이론적 평가와 확장 가능성

Mahler는 Freud적 이론의 ‘내적 역동’ 중심 설명에서 벗어나, 대인관계적이고 맥락적인 자아 형성 이론으로 이론적 전환을 일으켰다. 다만, 그녀의 이론은 ‘어머니 중심적’ 시각이 강하고, 아버지나 다른 사회적 대상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심리학자들이 Mahler의 이론을 가족치료, 애착이론,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출처: 발달의 이론, William Crain, 시그마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