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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아동학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

Albert Bandura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출발했으나, 인간의 학습은 단순히 자극과 반응의 연합 또는 강화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이라 명명하며, 관찰 학습, 모델링, 자기 효능감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론을 정립했다.

 

Bandura는 학습의 많은 부분이 관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사람이나 동물이 직접 행동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관찰 학습(observational learning) 또는 모델링(modelling)이라고 한다.

 

Bandura의 이론은 1960년대에 진행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보보 인형(Bobo Doll)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성인이 인형을 공격하는 행동을 아이들이 관찰하게 한 후, 아이들이 동일한 공격적 행동을 따라하는지를 관찰하였다. 실험 결과, 공격적 모델을 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공격적 행동을 보였다. 이는 관찰을 통해 새로운 행동이 학습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사회학습이론은 학습이 단순히 외부 자극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 환경, 개인, 행동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고 본다. 이를 Bandura는 상호 결정론(reciprocal determinism)이라 불렀다. 즉, 인간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통해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의 변화가 다시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복합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

 

또한 Bandura는 학습의 중요한 요소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강조했다.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개인의 신념이다. Bandura는 자기 효능감이 높을수록 도전적 과제를 선택하고, 실패에 굴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자기 효능감이 낮으면 회피 행동, 불안, 낮은 성취 동기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관찰 학습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주의(attention): 학습자는 모델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파지(retention): 관찰한 행동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재생(reproduction): 관찰한 행동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필요하다. 넷째, 동기(motivation): 행동을 따라하고자 하는 내적 또는 외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 과정은 모델링 학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Bandura는 강화와 처벌도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지만, 반드시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즉, 다른 사람이 강화되거나 처벌받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대리 강화(vicarious reinforcement), 대리 처벌(vicarious punishment)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욕을 했다가 혼나는 모습을 본 아동은 자신도 그런 행동을 하면 혼날 수 있다는 점을 학습하게 된다.

 

Bandura의 이론은 기존 행동주의 이론이 무시했던 인간의 인지적 요인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그는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며,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행동주의에서 인지주의로의 이론적 전환을 이끌었고, 이후의 인지 행동 치료나 자기조절 학습 이론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사회학습이론은 교육, 상담, 심리치료, 미디어 효과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면 학생들은 이를 모방하여 학습하며,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공격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들이 그 행동을 따라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Bandura의 이론은 교육현장에서 바람직한 모델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디어 환경의 윤리적 책임도 함께 제기한다.

 

『발달의 이론』에서 William Crain은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을 행동주의 심리학의 확장으로 평가하며, 관찰과 모방이라는 인간 학습의 본질적인 메커니즘을 밝힌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이 이론은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동기를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학습 이론으로서의 위상을 갖춘다고 본다.

 

출처: 발달의 이론, William Crain, 시그마프레스